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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Secret>

 

“음…….”

고등학교 입학 후 생각지도 못한 기숙사입실에 어색한지 마도카는 침대에 누웠다가 책상 앞에 앉았다가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방학 중에 기숙사라니…….’

마도카의 집은 학교에서 도보로 10분 거리, 기숙사에 들어가기에는 너무 가까운 거리였다.

그러나 가족 모두 해외니 타지니 뿔뿔이 흩어지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가족들과 떨어져서 슬프다던가. 잠자리가 바뀌어 불편하다던가. 그런 문제는 없었지만

갑작스러운 기숙사입실은 마도카를 혼란스럽게 하기는 충분했다.

바람이라도 쐐볼까 하고 잠시 나간 곳에서 그 애를 만났다.

아라키타 야스토모

시끄럽고 제멋대로의 양아치, 아라키타에 대한 첫인상 이였다.

아라키타가 입부한 이후에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오늘만 해도 부실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선배와 한바탕 크게 싸웠다.

알고 보니 선배의 말도 안 되는 트집이었으나

‘애초에 자기가 처신 똑바로 했으면 시비 걸릴 일도 없잖아?’라고 생각했다.

모든 부원의 미움을 사고 있지만 후쿠토미와 신카이만은 다르게 생각하는듯했다.

마도카에게도 재밌는 애라고 칭찬 아닌 칭찬을 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역시 첫날부터 아라키타와 마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조용히 자리를 옮겼다.

 

기숙사로 들어간 지 1주일이 지났다.

“기숙사는 어때 지낼만하니?”

“그냥…….뭐…….개인실 이라서 괜찮은 거 같아 후쿠토미도 있으니깐 너무 걱정하지 마요”

학교는 여름방학 이였으며 기숙사에 남아있는 학생들도 몇 명 없었기에 적응하고 지내기에는 큰 문제는 없었다.

한가지, 매일 저녁 같은 시간 같은 벤치에 앉아있는 아라키타를 제외하면 말이다.

언제나 시끄럽고 트러블만 일으키는 아라키타였기에 고개를 숙인 채 한참 앉아 있다가 들어가는 게 묘하게 신경 쓰였다.

 

그날은 유난히 후덥지근한 날씨였다.

‘설마 이런 날에도 거기 앉아있는 건가…….’

아무리 해가진 저녁이라 고해도 습도가 가득한 밖은 잠시 앉아있기도 힘든 날이었으나 설마 하는 마음에 나가보았다.

역시……. 아라키타는 평소와 같이 같은 벤치에 앉아있었다.

왜 매일 여기 앉아있으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지 날씨가 이상해서 그런지 자기도 모르게 그의 곁에 가서 앉았다.

자신이 곁에 온지 모르는지 아라키타는 가만히 고개를 숙인 채 앉아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의 얼굴에 평소 즐겨마시던 벱시를 가져다대었다

“아? 뭐야?”
갑자기 뺨에 닿은 냉기에 화들짝 놀래며 마도카를 쳐다보았다.

“뭐야? 매니저? 네가 여기왜있는데?”

짜증이 섞은 목소리 화난표정 아라키타 다운 반응이었다.

마도카는 그런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듯이 벱시를 건네주며 대답하였다.

“너야말로 매일 여기앉아서 뭐하는데?”

“내가 여기 매일 있는걸. 어떻게 아는데? 너 나 쫒아다니냐?”

“하? 웃기는 소리 하지마! 너 내 스타일 아니야 어이없네. 진짜?”

아라키타의 얘기에 벌떡 일어나서 소리쳤다.

그런 쓸데없는 소리 할 거면 벱시 다시 달라고 손을 뻗는데 아라키타의 다른 손에 무언가 들려있었다.

“어? 야구공? 너 야구 좋아해?”

야구공이라는 말에 놀랐는지 급하게 숨기려는 아라키타에게 물었다

“왜 숨겨? 안뺏어갈게 진짜”

자신이 뺏을까봐 그런 반응인가 하고 툴툴거리며 얘기했다.

마도카의 얘기에도 야구공을 주머니에 넣고는 아무 말 없이 한참을 앉아있더니 입을 열었다

“했거든…….야구”

아라키타의 얘기에 놀란 눈을 뜨며 쳐다보았다.

그 양아치 아라키타가 야구를 했다니…….운동부였는데 사람이 그렇게 삐뚤어져있을수있는가?

“하코네는 야구부 없는데…….”

“없어서왔거든”

날씨가 습해서 잠시 제정신이 아니었는지 아라키타는 자신의 중학시절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야구로 신인상을 탔을 때, 어깨부상으로 더 이상 야구를 할수없게된일까지

“뭐…….어쩔 수 없지”

아라키타는 머리를 헝클이면서 얘기를 끝냈다.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얘기를 자신에게 하는 아라키타도 아라키타에 과거에 대해서도…….

“평소처럼 대해라”

한참을 말없이 앉아있는 마도카에게 그렇게 얘기하고는 벱시를 한 모금 마셨다

어떻게 그런 얘기를 듣고 평소처럼 대할 수 있겠는가?

남들보다 매일 3배씩 훈련하는 아라키타의 체력이 그저 타고난 건가 했는데 운동을 하던 애였다니

“그런 얘기를 왜 나한테 하는데?”

“몰라”

그 말을 끝으로 둘은 아무 말 없이 앉아있었다.

“너 정말 짜증나고 마음에 안 들어”

갑작스러운 험담에 아라키타는 미간을 찌푸리며 마도카를 쳐다보았다.

“그래도…….매일 남들보다 연습하는 건 진짜 멋지다고 생각해

뭐 때문에 매일 여기 앉아있는지 아직 모르겠는데 로드나 열심히 해

선배들한테 그랬다며 인터하이에 나갈 거라고 옛날일 후회할 시간에 지금 할 수 있는 거나하라고”

 

자기는 할 얘기 다했다며 발걸음을 옮기던 마도카는 할 말이 생각났는지 아라키타쪽 으로 뒤돌아보며 얘기했다

 

“내일보자 아라키타”

처음이었다.

늘 아라키타에게 야, 너라고 부르던 마도카가 처음으로 아라키타라고 불러준 날이었다.

습한 공기 시끄러운 매미소리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

사랑에 빠져도 이상하지 않은 그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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