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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방금 뭐라켔노

 

w. 신아

 

 

 

 

“피크닉 먹을래?”

 

“아니 물마시고 왔어.”

 

아 그렇나…. 괜시리 애먼 목만 긁적거렸다. 먹을거 주면 좋던데 쟤는 미뢰가 없는건지 거절만 벌써 27번째다. 심각하게 뒤쳐진 진도를 위해 둘은 야자시간을 활용해 같이 모여 공부를 했다. 정확히는 세영이 1학년을 통째로 까잡수신 승야에게 수업을 하는 거지만. 자비. 관용. 분명 좋은 말들인데. 분위기가 상당히 불편하다. 친한 애들끼리 공부하면 분명 떠들고 논다며 쟤를 붙혀준건 담임의 배려였다. 시발 눈물이 났다. 상냥한 큰 그림으로 승야는 떠들 마음도 없이 고개 쳐박고 국어영역을 푼다. 세영이 옆에앉은 것 도 이상하지만 마주앉은 것 도 좋진 않다. 하도 집중해서 백마 탄 초인이 뚫려 책상에 새겨질 것 같다. 이게 이 둘의 데이트 방법이다.

 

 

 

 

-

 

쳐 망하던가. 정원이 38명인 교실에 선풍기 4대가 돌아간다. 교복은 빳빳하고 통풍도 잘 안돼서 입는 사람 기분만 족친다. 브라 비치니까 안에 티를 받쳐 입으래. 학주 돌은거 아니냐. 충전식 손풍기도 영 시원찮다. 다른 곳에 집중하면 좀 덜 더울까 하며 야부리를 턴다. 노브라로 다닐까? 응 아니야. 미친 쟤 겨드랑이 냄새나. 지는 머리 떡 졌으면서. 야 여기 누구 페브리즈 없냐. 승야는 작년을 상기한다. 이럴 거면 알바 그만두지 말걸 거긴 아무리 더워도 교복 안 입는데.

 

유월은 덥지도 따뜻하지도 않다. 허나 에어컨 틀 온도는 아니기에(학교측의 기준은 명확하지 않지만.) 일 년 중 가장 덥다. 한 해의 중간이라는 지점답게 대게 이 시즌은 삼삼오오 맞는 무리들끼리 모여 남은 학교생활을 기약한다. 예컨대 승야와 세영은 말을 섞을 공통분모가 같은 반 이라는 것 뿐.

 

고등학교 2학년, 연애 이야기로 왁자지껄 하기엔 시기가 지났지만 의외의 열애설에 학년 전체가 소란스러웠다. 언제 그랬데? 둘이 무슨 일이야? 최근 열린 스승의 날 체육대회에서도 눈한번 안 마주치고 가열 차게 상대방 팀을 쳐 발라 버리라는 승야와 지든 말든 상관없어하는 세영은 누가 봐도 사귀는 사이가 아니였다. 심지어 한쪽은 응원소리가 시끄러워 자리를 피했다.

 

광역 랜선망의 보급으로 1인 1휴대기기가 고착화 되어버린, sns가 범람하는 시대. 니 일은 존나 안궁금 하지만 내 일 만큼은 대통령의 개도 알아야한다는 미디어의 나열. 인터넷 커뮤니티에 빠삭한 아이들은 조심스레 추측했다. 폰팅? 소개팅앱? 어쨌든 그런거 아니야?

 

안타깝게 그들의 핸드폰엔 흔한 틴더 조차 깔려있지 않았고 연결된 건 반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친구가 전부였다. 스마트한 감옥에 갇혀 이진수로 프로그래밍 된 가상인격으로 연애를 하는 족속도 아니다.

 

때는 중간고사가 끝난 후. 고마워 잘 들어가리. 승야가 가방을 챙기고 집으로 가려하자 세영은 할 말이 있는 듯 머뭇거린다. 다물어진 입, 구겨진 미간, 꿀렁거리는 목울대의 흐름으로 유추 한다. 시발. 분위기는 존나 어색해도 열과 성을 다해 가르쳐주고 있길래 못해먹겠는 정도는 아닌가 보네 했건만 전교 1등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빡추 였나? 수학이 많이 조져지긴 했지만 다른 과목들은 무서운 속도로 향상되어 내심 기뻐하고 있던 승야는 절망했다. 야…. 불안한 마음이 얼굴로 전도 되어 지기도 전에 세영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

 

“나랑 사귀자….”

 

니 방금 뭐라켔노... 말이 발을 묶었다. 온세상이 고딩 연애에 미쳤어.이건 다 미디어가 만들어낸 환상이다. 카제하야와 사와코가 잘못했다. 하여튼 승야는 그렇게 생각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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