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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글의 배경은 단간론파 1의 스쿨모드를 배경으로 합니다.

 

고교 생활. 그들이 생각했던 고교 생활은 아마 지금 그들이 실제 겪고 있는 것과는 아주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주어진 현실에서 마냥 시선을 돌린 채 그 생활, 그들이 바라던 그 평범한 고교 생활을 돌려달라며 떼를 쓰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이 알 수 없는 곰인형-모노쿠마-는 자신들을 가둔 주제에 무언가를 강요하지는 않았다. 강요한다고 한다면, 모노쿠마의 스페어를 만들라는 미션은 주고 있지만. 뭐, 만들지 못한다고 무언가 벌이 주어지거나 하지는 않았으니 다행이라고는 하겠지만.

그래서 그들은 규칙을 정하기로 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각자 정해진 구역에서 재료들을 찾는다. 만드는 것은 그나마 손재주가 좋은-혹은 괴멸적으로 무언가 제대로 만들어내는 재주가 없어 만드는 족족 부숴버리기 일쑤가 아닌-나에기가 담당하기로 했다. 그리고 3시 이후부터는 자유시간. 그들은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며 여가를 즐기기도 하고, 자신의 특기를 십분 살려 취미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되면, 취미나 특기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어울리게 된다. 오오와다 몬도와 쿠와타 레온은 불량하다는 점에서 코드가 맞았는지 곧잘 같이 다니곤 했고, 그것을 일일이 지적하던 이시마루 키요타카는 유독 언성이 높아졌던 그 날, 결국 사우나 안에서 오래 참는 사람이 이기는 것으로 하자던 이후 갑작스레 그들과 사이가 좋아져 결국 셋이 붙어다니고는 했다. 운동을 좋아하는 아사히나 아오이와 오오가미 사쿠라는 둘이 꼭 붙어다녔으며, 프로그래머와 해커라 정말 정반대일 것 같던 후지사키 치히로와 콘고우 루비는 의외로 마음이 잘 맞았는지 곧잘 함께 다니고는 했다.

하지만 인간 관계에 꼭 우정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오오와다 몬도의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하루 일과가 끝난 후에,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쉽사리 권유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초고교급 폭주족이라는 이름이 울겠다. 쿠와타는 종종 그렇게 짓궂게 그를 놀리고는 했지만, 그 역시 마땅한 해결 방안을 꺼내놓지는 못했다. 애초에 이 가운데에 호감가는 상대에게 말을 곧잘 붙일 수 있을 정도로 애정전선에 능숙한 사람도 없었다.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투덜거리던 순간 식당 안으로 그녀가 들어왔다. 오오와다의 눈은 순식간에 크게 치떠졌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아름다운 파스텔톤 무지갯빛을 띄며 연옥색까지 내려가는 연분홍색 머리카락에, 그녀의 이름 그대로 찬란하게 아름다운 붉은 빛을 띄며 빛나는 붉은 눈동자. 아주 잠깐 본 것 뿐이지만 그의 눈에 그 모든 것들이 새겨지듯 들어왔다.

 

“안녕, 쿠와타, 오오와다, 이시마루. 오늘은 웬일로 식물원이나 무도원에 안 가고 여기 있어?”

 

보들보들한 목소리. 오오와다는 그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괜시리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감히 그녀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힐긋 바라보면,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이들-쿠와타와 이시마루-말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것이, 설령 우연이라고 할지라도 너무나 마음이 뛰었다.

 

“아, 콘고우. 그러는 넌 웬일로 혼자 있어?”

 

그나마 셋 중 가장 변죽 좋은 쿠와타가 답했다.

 

“오늘은 후지사키가 피곤하다고 해서. 쉬라고 방금 방에 데려다 줬어. 덕분에 나도 한가해졌지 뭐야.”

 

한가하대! 쿠와타가 작게 속삭이며 옆구리를 찔러오는 것에, 오오와다는 도끼눈을 떴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가 콘고우의 앞에 있다는 것을 자각하곤 눈에서 힘을 풀었다. 콘고우는 그 모습을 보면서도 생글생글 웃었다. 오오와다는 귓가가 붉어지는 것 같은 기분에 다시 고개를 아래로 쳐박았다.

 

“야, 뭐라고 말 좀 해봐. 지금이 기회라니까?”

 

이시마루와 콘고우가 모노쿠마의 이번 스페어-모에한 모노쿠마-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동안 쿠와타가 오오와다의 옆구리를 다시 한 번 찔렀다. 오오와다는 이를 악물고 으르릉거렸다.

 

“뭐라고 말을 거냐고, 다짜고짜 따라오라고 할 수는 없잖냐...”

“그거야 뭐. 하늘이라도 보러 가자고 하던가...”

 

쿠와타는 나오는 대로 말을 주워삼겼고, 그 대가로 오오와다의 눈총을 다시 한 번 받아야 했다. 그 새에 대화가 다 끝났는지, 콘고우 루비는 그들에게 가볍게 손인사를 하고 뒤를 돌려고 했다.

 

“아, 콘고우! 잠깐만! 오오와다가 너한테 할 말이 있대.”

 

쿠와타는 오오와다가 그를 막기 전에 잽싸게 말을 붙이고선 오오와다의 손이 닿지 않을 곳으로 빠르게 내빼버렸다. 오오와다는 그게 아니라고 말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지만, 그 말은 콘고우 루비의 눈을 마주치는 순간 쑥 들어가버렸다. 웃음기를 가볍게 머금은 그 눈은, 제 속에 있는 말을 이미 알고 있으며, 그저 그 말을 요구하는 듯 했다. 오오와다는 힘겹게 침을 꿀꺽 삼켰다.

 

 

“... ... 콘고우, 그게...”

“하늘이라도 보여주려고?”

 

 

장난스레 되돌아온 답에 오오와다는 놀라며 어깨를 살짝 떨었다. 콘고우가 그의 시선 안에서 조금은 장난스레 웃고 있었다.

 

 

“좋아. 오오와다가 그동안 심은 꽃들도 보여줄래?”

 

 

그 미소 앞에서 어떻게 거절을 말할 수 있을까. 오오와다는 그저 고개만 끄덕일 수 있었고, 웃으며 그 자리에 서서 기다리는 콘고우에게 손을 내밀어 그녀가 제 팔을 잡도록 했다. 꿈인가, 내려다본 콘고우는 그야말로 재미있다는 듯 웃고 있었다. 오오와다는 뺨을 터지도록 붉게 붉힌 채 자꾸만 내려다보고 싶은 마음을 눌러참으며 어색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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