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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보다 강한 사람이 아니었나봐.”

눈시울이 붉게 물들고 입술을 꽉 물어 울음을 겨우 삼키며 하는 말이 겨우 이런 거였다. 신은 눈물 한 방울 떨어지게 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하루카는 그저 묵묵히 신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신이 우는 걸 보는 것이 처음이었다. 늘 밝게 웃으며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하던 사람이었는데, 그렇게 무너지는 듯 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는 것도 모두 처음이었다.

주번인 마코토를 기다리다 먼저 수영장에 왔던 하루카는 자신을 찾아온 신을 보았다. 평소대로라면 수영부보다 확연히 많은 모임을 갖는 관현악부에 속한 신이었기에 부활에 참여하고 있어야 했다. 그래서 의아한 표정으로 하루카는 신에게 무슨 일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말끝을 흐리던 신은 말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깜짝 놀랐다. 하루카 성격상 그게 겉으로 드러나는 편이 아니라서 그렇지 신의 코끝이 붉어지고 눈에 눈물이 고이는 걸 보고 물에 얼른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은 날아가 버렸다. 하루카는 조심스럽게 신의 옆에 가서 앉았다. 하루카의 시선을 마주하지 못하는 신의 어깨가 불규칙하게 들썩였다.

“괜찮아?”

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겨우 입을 열어 신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3학년이다보니 앞으로의 진로와 미래 계획도 고민인데 시험도 겹치고, 대회준비까지 겹치다보니 몸이 두 개, 세 개 여도 부족할 판에 1학년 부원들을 챙기다가 작은 실수를 하나 해버려서 그걸로 꽤 쓴 소리를 들었던 모양이었다. 고개를 푹 숙이며 연신 죄송하다고 얘기를 하다 보니까 눈물이 안 나올 수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꾹 참고 참던 게 하루카의 물음에 와르르 무너진 것이었다.

신과 하루카는 올 해 3학년이었고 둘 다 진로와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막막함이 있기 마련이었다. 하루카는 이런 문제로 많은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있었고 그게 뭉치다가 결국 폭발해버리고 말았지만 이내 주변 동료들과 본인의 마음가짐으로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때 많이 힘들었던 자신에게 이런저런 조언과 도움을 줬던 것이 신이었다. 신은 본인 미래에 대한 계획이 확고했다. 그래서 사실 하루카는 신이 이런 진로에 대한 고민이 이미 다 정리 되었던 상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신이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있다는 것을 듣고 적잖게 놀랐던 것도 사실이었다.

“모르겠어. 사실 울 일도 아닌데. 뭔가 마구 쌓인 게 폭발해버린 느낌이라서..”

신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루카도 전국대회 준비로 바쁠텐데 미안해.”

“아냐. 신이야말로 괜찮은 거야? 나는 사실 아무것도 몰랐어. …너는 이런 고민 안 하는 줄 알았어.”

“그럴 수 있지.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걸?”

 

그제야 하루카의 시선을 마주하는 신이었다.

 

교복 치마의 끝을 만지작거리던 신은 또 생각에 잠긴 것만 같았다. 하루카도 아무 말이 없었고 신도 없는 수영장의 침묵이 이어졌다. 펑펑 운 것도 아니었고 결국 하루카 앞에서도 울음을 삼키며 참으려고 했던 신이었지만 뭔가 조금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상황이 크게 변한 것은 없었다. 혼났던 것이 안 혼난

일이 되었던 것도 아니고, 시험이 끝난 것도 아니었으며 대회가 마무리 되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신은 조금 아니 많이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근데 나 되게 후련하다? 펑펑 운 것도 아닌데.”

많이 진정된 모양인지 점점 원래의 텐션으로 돌아오는 듯 하는 신의 모습에 다행이라 생각하는 하루카였다. 신의 많은 모습을 봐왔고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음을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나. 힘들 때마다 하루카한테 많은 위로를 받네! 직접 받든, 간접적으로 받든 나는 하루카한테 정말 많은 위로를 받아.”

 

신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사실이었다. 신은 힘들 때마다 하루카가 가장 먼저 떠올랐고 하루카에게 먼저 가고 싶어했고, 하루카를 찾았었다. 그 때마다 하루카는 신을 받아줬고 신의 말을 묵묵히 들어줬다. 그렇게만 했는데도 신은 좋았다. 그게 하루카가 하루카 식으로 위로해주는 것임을 알았다.

하루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이 알고 있는 신은 이제 정말 많이 괜찮아졌다. 그리고 이겨낼 강한 사람임을 알고 있다.

 

“…나도 너한테 많은 위로를 받았으니까.”

“응?”

하루카는 그대로 물속으로 들어갔다. 마지막 말을 듣지 못한 신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유유히 헤엄치는 하루카의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지만 아무렴

좋았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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